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알지만, 지난 1년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.
올 초에 나의 심리적 안정이 최저점을 찍고 난 뒤 다행히 많은 회복을 하였지만
아직도 생각할 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.
요즘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긍정적 자극을 받지만
성격상 이러한 자극을 나의 에너지로 돌리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.
그러던 와중, 어제 엄마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셨다.
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고, 2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집으로 쓴 엽서였다.
나는 해외에 나가면 집으로 엽서를 한 장씩 보내곤 한다.
이러한 습관은 아빠로부터 배운 것인데,
지금도 우리 집 한쪽 창가에는 아빠가 놀러 가셨다가 보냈던 엽서가 줄줄이 장식되어 있다.
사실 엽서 쓰기는 '배운다'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어렵지 않은 것이다.
다만 내 성격과 비슷한 점은, 엽서를 써야겠다는 생각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
이를 실천에 옮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.
멋진 엽서를 한 장 준비하고, 엽서에 붙일 우표를 사기 위해 우체국을 찾고,
적당한 멘트를 생각해 손글씨로 엽서를 채우고, 우체통을 찾아 넣은 다음,
한국으로 돌아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
떼어놓고 보면 별 거 아니지만, 한 번에 하려면 약간 귀찮은 -모바일 게임의 일일 퀘스트 같은-
숙제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.
저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서, 의외로 어렵지 않은 것은 엽서를 채우는 단계이다.
엽서를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
예쁜 그림이나 풍경 뒤의 하얀 여백 또한 굉장히 멋진 문구로 채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,
실제로 내가 (그리고 아빠가) 쓴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
잘 조율된 악단의 느낌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올리는 노상의 버스킹에 가까운 테이스트가 느껴진다.
다만 이렇게 예측할 수 없기에, 받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
이를 2년 뒤에 꺼내보는 나 자신도 "내가 저 때는 저런 기분이었나" 하는 신선함을 느끼게 해 준다.
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니,
준비는 조금 귀찮지만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도움을 주고, 미래에 다시 돌아보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
그런 무언가가 하나 있으면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.
이런 생각과 동시에, 진작에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또한 들지만
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니까.